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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문화공감

[인터뷰 │ 이응봉 대학도서관연합회 회장] “430여 대학도서관을 6급주사 혼자 관리”

[내일신문]

교육부, 감사 피하려 최근 7급 하향 '꼼수' 추진 … 도서관계 "대학의 심장 아닌 맹장 취급" 비판

<사진: 이응봉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회장 △성균관대학교 도서관학 학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정보학 석·박사 △전 충남대학교 중앙도서관장 △전 충남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장 △현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현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비상근)>

"전국 430여개 대학도서관 업무를 교육부 6급주사가 모두 담당하는 실정에서 대학도서관연합회가 어떤 대책을 추진하지도, 논의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말로는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의 맹장' 취급을 하고 있다."

지난 3월초 제4대 대학도서관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이응봉 충남대 문헌정보학 교수의 일갈이다. 이 회장은 "대학도서관들이 교육부에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소통할 창구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도서관 국은커녕 과도 없어 = 대학도서관계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교육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대학도서관 담당 공무원을 기존 6급에서 7급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박근혜정부 들어 '공무원 파견을 하지도, 받지도 말라'는 감사원 지적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관행적으로 국립대 사서공무원을 파견 받아 6급주사직으로 임명한 뒤 대학도서관 담당 업무를 맡겨 왔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을 피하려 파견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 7급직을 담당 업무에 보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6급파견직 주사에게 책상 하나 내어준 뒤 대학도서관을 담당하라는 것을 넘어 이제는 그 직급을 7급으로까지 낮추려 한다"며 "정부는 말로만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이라고 하지만, 하는 행태를 보면 홀대도 이런 홀대가 없다는 게 대학도서관계의 공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대학도서관대회에 교육부 중간 관리가 왔다가 대학도서관계의 비판이 예상보다 거세자 대회 도중 도망갈 정도"라며 "공공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내에 담당국이 있고 담당과도 있는데, 대학도서관은 국은커녕, 과나 계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은 뒷전이고 취업률만 중시 = 대학도서관연합회의 비판은 취업률 지상주의에도 모아졌다. 정부나 대학이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평가하다 보니 대학도서관이 장식에 불과한 장소로 변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국내 대부분의 대학평가 기준은 취업률이나 교수의 연구업적, 영어강의 수, 교직원 대 학생비율 등이 대부분이다.

이 회장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에 대학도서관이 빠져 있다"며 "일부 평가에서 대학도서관의 장서량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지만 주요한 배점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서 도서관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률 제고나 교수의 연구업적은 모두 도서관을 기반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성과들"이라며 "정부와 대학 당국이 도서관을 학문 탐구의 기초제공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만회할 방법은 대학도서관진흥법이라는 게 대학도서관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한 차례 발의됐지만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해 쓸쓸히 사라졌다. 하지만 올 초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발의로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되살린 상태. 대학도서관연합회가 내달 법안 통과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 법안의 골자는 제13조 대학도서관 평가다. 교육부장관이 대학도서관의 시설과 인력, 도서관자료 등의 운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학도서관 재정지원 △대학도서관 직원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대학도서관 관련 전국 협의회 구성 관련 내용이 담겼다.

이 회장은 "진흥법의 기본 취지는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가장 기본적 요건인 도서관의 기본 요소를 갖춰 이를 평가하자는 것"이라며 "대학도서관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대학들도 도서관에 투자하게 되고, 그래야 질적·양적으로 좋아진 도서관이 학생들의 취업, 교수들의 연구업적 등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 경쟁력은 도서관에서 나온다 = 미국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대학도서관을 거론하는 건 상식 중 상식이다. 그만큼 대학도서관이 대학의 심장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펴낸 '대학도서관 이슈 진단과 발전을 위한 해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요대학의 평균 도서관 직원 수는 무려 119.46명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주요 대학의 평균 직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전문대 평균은 고작 3명이다.

뿐만 아니다. 미국 대학 예산의 약 5%를 도서관 부문이 차지한다. 반면 우리는 수년 째 0.9%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서울대 등 주요대학을 제외하면 수치를 산출하는 것에 의미가 없을 정도다.

이 회장은 "미국이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직원 수나 예산 비중의 차이는 너무 크다"며 "우리도 이젠 도서관을 맹장이 아닌 진정한 심장 취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86&aid=0002155379